몸속 '돼지 신장' 32일째 이상無…장기이식 판 바꾼 면역억제기술

입력 2023-08-18 18:03   수정 2023-08-19 01:08

최근 로버트 몽고메리 미국 뉴욕대 의대 랭건병원 교수팀이 지난달 14일 57세 뇌사자에게 이식한 돼지 신장(사진)이 한 달 넘게 정상 기능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돼지 신장을 활용한 이종이식 연구로는 최장 기록입니다. 교수팀은 다섯 번째 이종이식 수술을 통해 이런 결과를 얻었습니다.

몽고메리 교수는 2021년 9월 25일 세계 처음으로 돼지의 신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을 했습니다. 지난해엔 세계 두 번째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했습니다. 이전에 돼지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할 땐 10여 개의 유전자를 변형했지만 이번 연구에선 1개 유전자만 변형했다고 하네요. 몽고메리 교수는 “돼지 신장이 사람 몸속에서 거부 반응 없이 최소 32일간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했습니다.

돼지 등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늘고 있습니다. 장기 기증 부족 문제의 해결책인 데다 면역 억제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국내 이식 대기자는 4만1706명이었습니다. 뇌사에 빠져 장기 기증을 한 사람은 405명이었죠.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많지만 기증자는 턱없이 부족해 지난해에만 장기이식을 기다리다가 2912명이 숨을 거뒀습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이식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게 의료계 전망입니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심한 거부 반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급성 거부 반응은 장기 이식 후 수분 안에 발생한다고 하네요. 몽고메리 교수는 급성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무력화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면역계를 학습시키는 림프기관으로 알려진 돼지의 가슴샘도 신장과 함께 이식했습니다. 인체 면역계의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죠. 이식 대상자의 신장 두 개를 모두 제거한 뒤 돼지 신장 한 개를 이식했습니다. 이식 후 신장 기능을 보여주는 지표인 크레아티닌 수치가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식용 돼지의 신장과 가슴샘은 미국 바이오기업 리비비코어가 공급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사람 이식용 돼지로 허가받은 ‘갈세이프’입니다. 연구 대상자 선정 과정에선 윤리적 원칙도 고려했습니다. 해당 뇌사자는 뇌사 판정을 받은 뒤 가족이 장기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장기 기증에 적합한 환자가 없었다고 하네요. 뇌사자 이식은 환자 이식 전 단계 연구입니다. 미국에선 이미 환자에게 이종장기를 이식하는 수술도 이뤄졌습니다. 지난해 1월 메릴랜드대 의료진이 57세 남성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했는데요. 두 달 만에 환자가 숨졌습니다.

국내에선 이보다 전 단계인 영장류(원숭이) 대상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바이오기업 옵티팜은 원숭이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한 뒤 221일까지 생존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제넨바이오는 돼지 췌도와 각막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국제이종장기학회(IXA)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하려면 영장류 여섯 마리 중 네 마리가 6개월 이상 생존하고, 그중 한 마리는 1년 이상 생존 경과를 살펴야 합니다. 많은 환자가 하루빨리 이종장기로 새 삶을 찾게 되는 날이 오길 기원합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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